영화 리뷰

[영화리뷰] 줄스, 왜 눈물이 날까?

곳맨 2025. 7. 8. 09:36

재밌는 영화를 보려고 했다면 줄스를 보지 못했을거다.

아이들 몰래 방 안에서 넷플릭스를 플레이해도 소용없다.

TV소리에 아이들이 달려오기 때문에 성인 영화는 꿈도 못꾼다.

그래서 장르에 '코미디'라고 되어 있고, 외계인이라는 소재의 영화길래

아무 생각없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줄스를 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5분 지나니 애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영화 도입부를 보고 순간 일본영화인가 싶었다.

일본 영화 특유의 그 썰렁함이 물씬 풍기는 영화다.

자칫하면 꽤나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였는데,

지루할뻔한 그 타이밍에 늦지 않게 우주선이 등장했다.

덕분에 꽤 긴장감과 흥미를 느끼며 볼 수 있었다.

잔잔하면서도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영화는 끝이 났다.

이상하게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무래도 부모님 생각이 났었나보다.

남들은 폭삭 속았수다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하는데,

줄스보면서 눈물을 글썽인 사람들도 나 말고 분명 몇 명은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주선을 타고 같이 떠나자는 줄스의 제안에 할아버지가 해주는 말,

그 말 한마디에서 감정의 끈이 풀려서 슬펐나보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앞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이 재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난 여기 남을래."

이 대사가 참 슬펐다. (정확치는 않지만 이런 늬앙스)

노인들의 삶은 사실 미래보다는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

자식들과의 추억일 수도, 젊었던 시절의 화려함일 수도 있다.

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재미없고 따분할 뿐만 아니라 두려움이다.

기억력은 감퇴하고 가끔 실수도 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몇년 지나면 증세는 심해지고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스와 함께 떠나는 인생 마지막 즐거움을 버리고

내 자식들과의 추억을 쌓은 지구를 떠나지는 않을거라 한다.

그것이 단순한 과거의 향수때문인지, 남아 있을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때문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된다.

왠지 나도 그랬을 것 같으니까.

아, 부모님들께는 추천드리고 싶지 않은 영화다.

슬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