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있다.
나만의 시간.
특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항상 시간을 보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학원 숙제도해야하고, 친구들도 만나러 나가야한다.
그 동안 적적하면 억지로라도 가족들을 이끌고 나들이를 나갔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꽤나 어색하다.
뭔가 해보고 싶은 것은 있지만 선뜻 발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혼자 여행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대때 처음으로 운전을 배우고 혼자 동해바다로 떠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들뜬 마음으로 바다 근처에서 혼자 회에다가 소주 한잔 걸치고
허름한 모텔에서 하루밤 자고 돌아와야지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적적하고 외로워서 밥도 안먹고 바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불혹의 나이도 훌쩍 넘어선만큼 뭔가 중년의 여유도 좔좔 흐르는데,
외로움따위는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춥고 고생할 것 같아서 또 괜시리 망설여 진다.
혼자 여행은 날씨가 풀리면 한번 도전해보자며 자기 합리화하며 계획을 미뤄본다.
등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돈도 별로 안들고,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군대 다녀온 뒤로는 다시는 산을 타지 않겠다고 각오한 적이 있다.
그만큼 걷는걸 싫어하고, 특히 산에 오르는건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거절할 수준으로 싫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등산도 해볼만하다고 느끼게 된다.
주말에 시간이 남아서 혼자 동네 뒷산을 올라본 적이 있다.
혼자 묵묵히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니 등산용품이 왜 필요한지 절감하게 되었다.
등산복, 등산화가 그냥 폼이 아니구나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또 이래저래 돈도 들고 귀찮을 것 같아서 또 계획을 미뤄본다.
동호회 스포츠를 해봐도 좋겠다.
이건 사실 꽤나 예전부터 로망이라면 로망이었다.
예전부터 농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꼭 농구가 아니더라도 축구도 괜찮겠다.
아이들이 체육공원에서 농구, 축구 연습을 할 때 같이 나가서 해보면 참 기분이 좋다.
그냥 혼자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또래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풋살 카페에 가입해서 팀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이랑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것 같아서 좀 중년의 팀을 찾으려고 하니 쉽지는 않다.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다가도, 동네 운동장에서 조기축구하시는 분들보면 나보다 한참 형님들이다.
역시 하기 귀찮아서 뭔가 구실을 찾아서 계획을 미루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만큼 혼자만의 시간이 어색한거다.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은 기분?
아직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