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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리뷰]더 퍼스트 슬램덩크, 기묘한 영화였다.

개봉 당시 극장에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결국 못 보고 지나갔었다.

마침 디즈니 플러스에 신작으로 나온 것으로 보고 망설임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결과적으로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이게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자체가 재밌어서인지,

아니면 과거 만화책으로 봤던 슬램덩크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서인지, 

무엇때문에 내가 시종일관 흥분하면서 봤는지 좀 헷갈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자체는 뭔가 밍밍했는데,

그 위에 만화책에서 봤던 산왕전의 기억을 스스로 덧칠해서

더욱 더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끔 유도하는 그런 장치를 마련한게 아닐까 싶다.

뭐 설명하려고 보니 말이 꼬이는데, 그야말로 뭔가 기묘한 영화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기묘한 점은 몇 가지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연출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중요한 장면에서는 슬로우모션이 들어간다거나,

몇 번 반복해서 보여준다거나, 기타 관중들의 표정을 보여주는 연출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주요 장면들을 빠르게 넘겨버린다.

 

경기 초반 송태섭의 찡긋 패스를 받은 강백호의 찡긋 앨리웁이 그냥 아무런 연출없이 그냥 지나갈 때부터 느꼈다.

이미 만화책으로 디테일한 경기 내용을 훤히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산왕전의 플레이 하나 하나는 전혀 중요치 않다는 걸 노린 것 같다.

심지어, 마지막 서태웅의 패스를 받은 강백호의 점프슛 조차도 그렇게 비중있는 연출을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의도한 것같긴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오묘한 느낌이긴 했다.

'아, 저 레전드 장면을 저렇게 싱겁게 끝내버린다고?'

뭐 이런 느낌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 산왕전의 경기 내용보다는

과거 만화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이를 테면 송태섭 스토리)에 더 비중을 뒀기 때문인 것 같다.

산왕전 경기 내용은 그냥 그 위에 붙일 디테일한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뭔가 배경같은 느낌?

 

그런데 나는 정작 송태섭 이야기라던가, 시합 외에 새로운 이야기들보다는

오히려 일부러 극적인 연출 요소를 자제했던 산왕 전 경기 자체에서 훨씬 재미를 느꼈다.

뭔가 영화 자체가 '비하인드 스토리'에 더 집중하라고 가이드를 내려주고 있는데,

나는 그 가이드에 전혀 따라가지 않고 그저 산왕전을 다시 리플레이하고 싶은,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을뿐인 것이다.

그래서 뭔가 기묘한 감정을 가지고 보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만큼 슬램덩크에 대한 추억이 강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중에 산왕전이 아닌 다른 경기에 새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속편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다.

산왕전 다음으로 임팩트 있던 경기는 아무래도 강백호가 머리를 빡빡 깍게 된 계기이기도 한 해남전이다.

몇 번이고 우려먹더라도 좋으니, 속편이 나와주면 좋지 않을까?